귀농귀촌 vs 귀산촌 준비 (교육, 융자, 실전)
산림청이 귀산촌인 창업자금으로 연리 2%, 최대 3억원까지 융자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귀농 교육을 받다가 버섯 재배가 임업에 속한다는 강사님 말씀을 듣고 나서야 산림청 정책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퇴직 후 재취업이 막막했던 터라 귀농만 생각했는데, 산촌으로 눈을 돌리니 생각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보였습니다. 다만 막상 준비해보니 교육도 교육이지만, 초기 자금과 정착 조건이 만만치 않더군요.
귀산촌이란 무엇이고, 왜 주목받는가
귀산촌은 산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산촌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시골로 내려가는 것과는 다릅니다. 임산물 재배나 산림 관련 서비스업을 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죠. 산촌은 법적으로 산림면적이 일정 비율 이상인 지역을 가리키는데, 전국에 생각보다 많은 곳이 해당됩니다.
저는 고향인 가평으로 귀농을 생각하면서 버섯 재배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버섯이 농업이 아니라 임업에 속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표고, 송이, 목이 같은 버섯부터 더덕, 도라지, 두릅 같은 산나물, 산양삼이나 천마 같은 약초까지 모두 임산물로 분류됩니다. 심지어 수액이나 나뭇가지 같은 수목 부산물도 포함되니, 작물 선택의 폭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귀산촌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장년층에게 유리한 조건 때문입니다. 농업 정책자금은 나이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산림청 융자는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 임산물은 재배 주기가 길어서 초반 체력 소모가 덜하고, 기계보다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한 작물이 많습니다. 농업에서 농업경영체를 통해 농업직불금 등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임업 분야에도 임업직불금 제도가 있습니다. 2026년 임업·산림 공익직접지불금은 3월 4일 ~ 4월 30일까지 신청하며, 대상은 2019.4.1 ~ 2022.9.30 사이 임업경영체 등록을 완료한 산지의 임업인입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귀산촌을 준비하거나 이미 산촌에서 임업을 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소득 안전장치가 되는 정책입니다.주관 기관은 산림청이며, 온라인 신청은 임업-in 통합포털에서 가능합니다.
교육부터 융자까지, 산림청 지원 프로그램
귀산촌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교육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일짜리 온라인 원격교육인 귀산촌 아카데미부터 시작해서, 5박 6일 현장체험, 실제 계획서를 작성하는 산촌학교까지 난이도가 점점 올라갑니다. 저는 그린대로와 심농교육원에서 귀농 교육을 먼저 받았는데, 나중에 임업교육원에서 버섯 강의를 따로 수강했습니다.
교육을 들으면서 느낀 건, 체험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진행한 '버섯따러 제천으로'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수산면 약초 명인 분께 직접 배우면서 막연했던 버섯 재배가 조금씩 구체화됐습니다. 단, 체험 프로그램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5박 6일 교육을 여러 번 가려면 일정 조율도 쉽지 않고, 교통비와 숙박비도 무시 못 합니다.
융자 지원은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산촌 지역으로 전입한 지 5년이 안 됐어야 하고, 이주 전에는 최소 1년 이상 산촌 외 지역에 살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5년 이내에 교육을 60시간 이상 이수해야 창업자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맞춰도 실제 대출 가능 여부는 신용도와 담보에 따라 달라지니, 사전에 산림조합과 상담하는 게 필수입니다. 주택 구입 융자는 7천5백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창업자금 3억원과 별도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인 장벽,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
교육을 다 듣고 나니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땅이었습니다. 농지는 천 제곱미터, 그러니까 300평 정도만 있어도 농민 자격이 생기는데, 산림은 기본 몇만 평 단위입니다. 게다가 산림의 20~30퍼센트만 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실제 사용 가능한 면적은 더 줄어듭니다. 초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체험을 다니면서 만난 귀산촌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공 사례보다 고생담이 더 많았습니다. 임산물은 수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로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산촌은 농촌보다 더 외지고, 원주민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합니다. 나이 들어서 시작하기엔 시간도 체력도 넉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결국 중간 지점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도시와 농촌, 산촌 어디 중간쯤에서 자급자족용 텃밭을 일구고, 복지회관에서 문화생활도 하면서 지내는 쪽으로요. 귀산촌 교육과 체험은 귀농을 더 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산림청 융자는 조건이 맞는 분들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지만, 막연한 동경만으로 시작하기엔 준비할 게 너무 많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정말 산촌에서 살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게 먼저라는 걸 배웠습니다.